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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지 6개월이 지났다.
사실 남편은 미국 생활이 너무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한다. 한국과는 달리 6시 되면 문닫는 상점도 많고 (우리 동네의 카페는 모두 6시 이전에 닫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타국에 왔으니 당연하기도 하다.
또한 한국에선 쉴틈없이 바쁘게 일하다가 여기에선 출퇴근 안하고 낮엔 쉬는 시간이 이어지고 밤에는 한국 일을 계속 해야 하는데 시차도 많이 나고 멀리 떨어져 있어 마음처럼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물론 처음에 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을 안하면 좋은거 아니야? 보통은 안식년 가고 싶어도 못가는데 왜 스트레스를 받지? 그래서 서로 날카로워져 싸운 날이 많다. 하루 종일 같이 있는 날이 계속 되니 더 싸웠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계속 이야기해보니 남편은 한국에 있을 때도 퇴근하고 와서도 아이를 재우고 나면 새벽까지 논문을 쓰는 워커홀릭 생활을 하다 갑자기 은퇴한 사람처럼 시간이 많아지니 본인이 지금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또 환경이 달라지고 예민해진 차에 본인이 원하는게 아닌 일들을 하니 스트레스를 받았나보다.
난 나대로 늘어난 시간을 육아에 더 힘써주고 나와 시간을 즐겁게 보낼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심심하고 지루하다 하니 속상했다.
오래 사귀고 결혼 한지도 꽤 지나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새로운 상황과 환경에 직면하니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다. 많이 싸우고 난 후 지금은 서로 노력하고 다시 잘 맞춰가기로 이야기 했다. 짧은 여행과 달리 타국 생활이 쉽지 않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고 남은 기간은 사이좋게 잘 지내보려 한다.